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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정리]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01

by sensibility teller 2022. 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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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무리에 있던 한 명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따라간다면 그 방향은 옳은 방향일까요? 그 반대로 지속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며 방향성을 잡지 못하게 하는 사람이 있는 무리는 건강한 조직일까요?

끝까지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있는가?

[악마의 대변인]

악마의 대변인이란 다수파를 향해 의도적으로 비판과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을 뜻한다. 여기서 '의도적'이라는 말은 원래 청개구리 기질이 있어 다수파의 의견에 반대한다는 뜻이 아니라, 의식적으로 이 같은 '역할'을 맡는다는 의미다.

시장 원리에 의해 가격이 결국 적절한 수준으로 수렴되듯 의견이나 언론도 다수의 반론과 반박을 헤쳐 나옴으로써 마침내 뛰어난 것만이 남는다는 사고관은, 탁월한 의견을 보호하고 열등한 의견을 배제한다는 통제의 사고관과 정면으로 부딪친다.

많은 반론을 견뎌 낸 언론이 뛰어난 것이라고 한다면, 반론을 봉쇄함으로써 언론의 시장 원리는 기능 부전에 빠지게 된다.

 

어느 시대의 '악'은 시대를 거치면 '선'이 되기도 한다고 지적한다. 이는 다시 말해 어떤 아이디어의 옮고 그럼은 그 시대의 엘리트가 통제하는 대로 결정되지 않고,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사람들의 다면적인 사고를 거쳐 결정된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어떤 사람의 판든을 정말로 신뢰할 수 있는 경우, 그 사람이 신뢰를 받게 된 것은 자신의 의견과 행동에 대한 비판을 항상 거리낌 없이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어떤 반대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고 옳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가능한 한 받아들였으며, 잘못된 부분은 어디가 잘못되었는지를 스스로도 되짚어 보고 가능하면 다른 사람에게도 설명하기를 습관으로 실천해 왔기 때문이다. 

한 가지 주제라도 그것을 완전히 이해하려면 다양한 의견을 두루 듣고 사물을 모든 관점에서 살펴보는 방법밖에 없다고 느껴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이외의 방법으로 진리를 얻은 현인은 없으며 지성의 특성을 보더라도 인간은 이 이외의 방법으로는 현명해질 수 없다.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다양한 의견에 따른 인지 부조화가 질 높은 의사 결정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이 나타났다. 요컨대 아무리 지적 수준이 높은 사람이라도 비슷한 의견이나 지향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면 지적 생산의 질은 더 낮아진다.

이때 필요한 존재가 바로 '악마의 대변인'이다. 악마의 대변인은 다수파의 의견이 통합되어 가는 과정에서 대수롭지 않은 일을 세세하게 캐내어 결점을 찾는다. 이 결점을 통해 그때까지 간과했던 문제를 깨달음으로써 빈약한 의사 결정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막는다.

 

 

내가 속한 조직에는 '악마의 대변인'이 있는가?

- '악마의 대변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 내가 속한 팀은 총 7명이며 그중 1명이(통상 A라 지칭) 주로 그 역할을 맡고 있다. (종종 상황에 따라서 리더가 그 역할을 맡기도 한다). A의 반론은 그만의 논지가 탄탄하며 말의 힘이 강하기 때문에 그의 말에 곧잘 수긍이 되곤 한다. 작년에는 팀원 전체가 리더보다는 A의 말에 따르는 빈도수가 많아졌고 그로 인해 '악마의 대변인'이라는 성격이 흐려졌다. 그 이유는 특정 사람의 의견이 지속적으로 수용된다는 것은 말의 힘에 점차적으로 굴복한다는 의미로 다가왔기 때문에 A는 더 이상 '악마의 대변인'이 될 수 없다는 것이 나의 주관적인 생각이다.

- 다만 올해는 리더가(통상 B라 지칭) '악마의 대변인'으로 역할을 조금씩 맡기 시작했다. 당연히 흘러갈 수 있는 A의 논지를 B가 지속적으로 반론하기 시작한 것이다. A와 B가 때에 따라 서로 '악마의 대변인' 역할을 함으로써 나머지 팀원들은 말의 힘에 끌려가는 것이 아닌 자신의 '생각'을 기반으로 의견을 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악마의 대변인'은 어떤 대접을 받을 수 있는가?

- 특이한 사람, 예민한 사람, 독특한 사람, 피곤한 사람으로 대접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 특정 Rule로 인해 공식적으로 '악마의 대변인' 역할을 맡게 되지 않는 이상, 대부분의 '악마의 대변인'은 자신의 생각을 뚜렷하게 말해야 하는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 그룹에서 나서지 않고 평범함을 추구하는 성향이 많은 한국에서는 '악마의 대변인'은 송곳과 같은 사람으로 인식될 것이다. 기업의 규모가 크며 상위에서 내려진 결정을 따라야 하는 조직 문화라면 더욱 '악마의 대변인'은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기가 어렵다. '악마의 대변인'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반론을 제시할 수 있는 조직 문화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단지 반론을 제시하는 것에서 멈추는 것이 아닌 반론이 '결론에 반영'되어야 유의미해진다. 반론을 반론으로만 끝내는 것은 오히려 '악마의 대변인'이 반론을 제시하는 것을 포기하게 만드는 지름길이라 생각한다. (모든 의견을 다 수용한다, 다수의 의견이 중요하다고 기껏 다 얘기해놓고 '반론'은 다 무시해버리는 것만큼 상대방의 의지를 꺾는 행위는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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