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책정리]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03

by sensibility teller 2022. 2. 20.
반응형

우리는 사람이 만든 시스템으로부터 소외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는 시스템으로부터 휘둘리지 않고 소외당하지 않기 위한 수단을 만들 필요가 있다.

어떻게 시스템은 인간을 소외시키는가

소외

'소외'는 마르크스가 남긴 수많은 키워드 가운데 비교적 오용되기 쉬운 용어다. 소외란 인간이 만들어 낸 개념이지만, 이것이 인간에게서 떨어져 나와 오히려 인간을 조종하는 양상을 보인다. 소외가 큰 문제인 까닭은 인간이 만들어 낸 시스템에 인간이 휘둘리게 된다는 데 있다. 사회에서의 소외는 '휘둘리게 된다'는 뉘앙스가 강하다.

 

마르크스는 그의 <경제학-철학 초고>에서 자본주의 사회의 필연적 귀결로 네 가지 소외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첫째는 노동 생산물로부터의 소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임금 노동에 의해 노동자가 만들어 낸 상품은 전부 자본가의 소유가 된다. 자신의 노동으로 생산한 상품인데도 불구하고 노동자의 것이 아니며, 더구나 상품이 세상에 나옴으로써 자신의 생활에 영향을 받는다. 이것이 노동 생산물로부터의 소외다.

 

둘째는 노동으로부터의 소외다.

마르크스에 따르면 노동을 하고 있는 노동자는 대부분 고통과 지루함을 느끼고 자유를 억압받는 상태에 있다. 본래 노동은 인간에게 창조적인 활동이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임금 노동제에 의해 왜곡되어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인간은 노동을 하는 동안 자기를 느끼지 못하며 힘든 노동에서 해방되어야 비로소 독립된 자신으로 설 수 있다. 이것이 노동으로부터의 소외다.

 

셋째는 유적 소외다.

마르크스는 인간을 유적 존재 (독일어 Gattung, 영어 Species 종), 즉 어떤 '종류'에 속해 있어 그 속에서 건전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생물체로 정의했다. 하지만 분업이나 임금 노동에 의해 건전한 인간관계는 파괴되고 노동자는 자본가가 소유한 회사나 사회의 기계적인 부품, 즉 톱니바퀴가 되고 만다. 이것이 유적 소외다.

 

넷째는 인간, 즉 타인으로부터의 소외다.

더 알기 쉽게 설명하면 '인간다움으로부터의 소외'라고 할 수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인 인간의 가치는 사회나 회사의 톱니바퀴로, 얼마나 효율성 있게 일하는가 하는 생산성만을 요구받는다. 인간다운 노동이나 증여에서 오는 기쁨을 잃어버리고 오히려 타인에게서 얼마나 빼앗을까, 타인을 어떻게 앞지를까에만 전념하게 된다. 이것이 인간으로부터의 소외다.

 

소외를 조금 더 넓은 의미의 개념으로 확대해 자신들이 만들어 낸 시스템에 의해 자신들이 휘둘려 훼손당하는 현상이라고 생각하면, 사실은 소외가 실로 다양한 영역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자본 시장은 인간이 만들어 낸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누구도 이를 제어할 수 없으며 수많은 사람이 휘둘린다.

 

한마디로 소외는 목적과 시스템 사이의 주종관계를 역전시켜, 시스템이 주가 되고 목적이 종속되게 만든다.

 

우리는 무언가 문제가 생기면 시스템을 만들어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하지만 정말로 그 시스템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문제를 해결하려고 만든 시스템이 원래 있던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한 채 되레 다른 문제만 더 불거지게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규칙이나 시스템으로 사람의 행동을 통제하려고 하면 거기에는 자연히 소외가 발생한다. 그렇다면 오히려 자발적인 이념과 가치관으로 바람직한 행동을 추구하는 것이 우리에게 더 중요하지 않겠는가?

 

[저자의 마지막 물음에 대한 의문]

- '자발적인 이념과 가치관으로 바람직한 행동 추구' > 시스템 구축이 아닌 각 개인의 행동으로 사회를 구축함으로써 소외를 만들지 말자라는 의미로 해석이 된다. 하지만 각 개인이 갖고 있는 자발적 이념과 가치관은 서로 매우 다르다. 또한 상대방이 갖고 있는 1순위 가치관이 나에게는 5순위에 속하는 가치관일 수 있다.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진 개개인이 자신만의 신념만으로 행동하는 사회는 과연 건강하게 유지될지 의문이 든다. 사회 안에 시스템은 분명히 필요한 존재이다. 큰 방향성을 잡아주는 시스템이 부재하게 된다면 사회는 큰 혼란에 빠질 것이다. 시스템을 통해 큰 방향성을 세우되 각 개개인은 큰 흐름인 시스템 안에서 자신만의 이념과 가치관으로 행동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살고 있는 삶에서 느껴지는 소외는?

- 두 번째인 노동 생산물로의 소외와 셋 번째 유적 소외이다.

- 우선 노동 생산물의 소외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느꼈을 것이다. 내가 회사에서 정해진 시간 내에 아무리 많이 일을 해도 적게 일을 해도 나에게 떨어지는 임금은 동일하다. 하지만 내가 일해서 만들어진 특정 생산물은 내게 주어진 노동 임금 그 이상을 회사에게 안겨준다. 즉 내가 생산했지만 나의 것이 아니며 생산물을 통해 나에게 금전적 이득을 제공하지 않는다. (노동 임금은 단순히 내가 일한 시간에 대한 대가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직장에서의 내가 아닌 나로서 자본주의 사회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나를 위한 생산물을 만들 필요가 있다.

- (어떤 '종류'에 속해 있어 그 속에서 건전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생물체) 유적 소외, 나는 이것을 각 개인이 갖고 있는 talent를 감추고 회사의 톱니바퀴로 산다는 의미로 해석하였다. 물론 자신의 talent를 살려 직무를 찾을 수 있지만 그 직무 안에서 자신의 생각과 창의력을 담은 talent를 발휘함으로써 만족감과 효능감을 얻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대학생 시절부터 회사가 바라는 인재가 되도록 노력했고 그 결과 내 직무에서 경력을 쌓고 있다. 하지만 회사 안에서 진행하는 일들이 정말 나의 talent가 반영된 건지 내가 바라던 삶이 이것이 맞는지에 대한 의문이 끊임없이 들었다. 단지 나는 소외당함으로써 시스템에 휘둘렸던 것뿐이며 이제는 휘둘리지 않을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해보려 한다.

반응형

댓글